Ⅰ. 서론
발달장애인 중 자해 및 타해와 같은 도전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돌봄과 관련된 기존의 사회사업서비스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가․사회적으로 도전행동을 보이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개정을 통해 장애의 정도가 극히 심한 발달장애인에게 일상생활 훈련, 취미활동, 긴급돌봄, 자립생활 등을 전문적․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하여, 발달장애인의 평생돌봄과 지역사회 기반 지원체계가 법적으로 마련되었다. 동법에서는 장애의 정도가 극히 심한 발달장애인을 ‘최중증 발달장애인’으로 명명하였고, 이에 대한 서비스를 ‘통합돌봄서비스’라 명명하였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대책」을 발표하며, 지역사회 내 통합돌봄서비스 모델을 확립․확산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22). 2023년에는「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을 통해 서비스의 표준화와 질 관리, 연계체계 고도화를 포함하는 중장기 과제를 구체화하였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책적․실천적 정의는 선행연구를 통해 정교화되었는데, 선행연구에서는 최중증 발달장애를 일상생활(ADL/IADL), 의사소통, 행동 중 적어도 두 영역 이상의 심각한 기능 제한과, 의학․가족․환경 등 지원의 필요도가 높은 상태가 결합된 경우로 개념화하였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24). 구체적으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개념은 도전행동이 심하고, 일상생활 수행능력, 의사소통 능력에 있어서 심각한 제약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 및 사회․환경 특성에 따른 지원 필요도도 강해서 통합돌봄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으로 개념화하였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24). 이에 따라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통합돌봄서비스는 ‘도전행동 중심’ 지원체계로 이해될 수 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통합돌봄서비스의 핵심은 도전행동에 대한 이해와 대응이다. 도전행동은 단순한 행동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적 선행사건과 후속결과가 상호작용해 나타나는 기능적 산물이다. 많은 선행연구를 통해 자해․타해 등 도전행동이 특정 선행․후속사건에 의해 유지됨이 밝혀졌으며, 도전행동에 대한 중재는 고도화되어 단시간에 실천가능한 방식으로 발전되었다(Hanley, Iwata, & McCord, 2003; McCord, Thomson, & Iwata, 2001; Iwata et al., 1994). 도전행동을 위한 국제적 지침은 ‘긍정적 행동지원(PBS)’을 서비스 체계의 기본 철학․방법론으로 제시한다(Horner, 2000). 영국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에서는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에 대해 사전적 예방․환경조정․기술교수를 포함하는 PBS를 권고하고 있는데(NICE, 2015), 최근 체계적 문헌고찰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에서도 PBS가 도전행동 감소와 삶의 질 향상에 유의한 효과를 보일 수 있음을 보고한다(Beqiraj et al., 2022; Bradshaw, Mitchell, & Leaf, 2010).
따라서, 이러한 서비스를 수행하는 종사자에게는 도전행동에 대한 기능적 행동 평가, 예방․대체행동 교수 등과 같은 긍정적 행동지원의 근간이 되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체계적 교육 부재, 현장 지도력의 일관성 부족, 높은 이직률 등으로 인해 긍정적 행동지원의 충실한 실행이 어렵다는 보고가 반복되고 있다(Kim et al, 2023). 긍정적 행동지원의 기관 단위 적용 연구에서도, 기관 차원의 접근이 장기적으로 긍정적 행동과 적절한 상호작용을 증가시켰지만, 지속적인 훈련․코칭 체계의 부재가 가장 큰 실행 장벽으로 지적되었다(Haynes, 2017). 특히 도전행동의 반복적인 노출은 종사자의 스트레스․우울․정서적 소진과 유의미하게 연관되며, 이는 서비스 충실도와 이용자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Klaver et al., 2021; Na, Kim, & Kim, 2025; Kim & Kim, 2024). 이처럼 도전행동 중심 환경에서의 종사자 전문성 확보는 서비스 질․이용자 삶의 질․기관 지속가능성 모두와 직결되는 핵심 과제이지만, 국내 통합돌봄현장에서는 이 부분이 상대적으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으로 인한 돌봄 정책은 빠르게 정비되고 있지만,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은 국내에서 근래에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신생 영역이다. 특히 통합돌봄 모델 안에서 현장 종사자가 실제로 무엇을 어려워하고, 필요하고 느끼는지, 어떤 가치 갈등과 실행 딜레마 속에서 판단하는지에 대한 질적 근거는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통합돌봄서비스의 성공적 실행을 위해 도전행동 전문성 확보와 종사자 지원체계 구축이 가장 핵심적이라는 관점에서, 현장의 종사자들이 경험하는 실제 어려움과 전문성 요구를 탐색하고자 한다.
Ⅱ. 연구방법
본 연구는 최중증 통합돌봄서비스의 현장 종사자들의 실제 경험과 인식을 탐색하기 위해 수행된 질적 탐색연구이다. 이를 위해 집단심층면담(Focus Group Interview; FGI) 방식을 활용하여, 참여자 간 상호작용 속에서 도전행동 지원의 실제 맥락과 의미를 도출하고자 하였다(Krueger & Casey, 2015). 연구 참여자는 2025년 현재 A시에서 통합돌봄서비스를 수행 중인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기관의 종사자 5명과 기관장 1명으로, 총 6명이었다. 참여자들은 모두 중증 발달장애인을 1년 이상 지원한 경험이 있으며, 행동중재․의사소통․일상생활지도 등의 실무를 수행 중이었다.
본 연구의 자료는 2025년 7월 중순, 1회(약 120분)의 집단 심층면담(FGI)을 통해 수집되었다. 면담은 연구자가 사회자로 참여한 가운데, 기관 회의실에서 저녁 시간대에 진행되었다. 참여자 간 활발한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사전에 준비하였다. 면담은 녹음 후 연구자가 직접 전사하였으며, 약 60쪽 분량의 전사자료가 최종 분석에 사용되었고, 전사자료는 참여자 코드(A~F)로 인용되었다.
본 연구는 Braun and Clarke(2006)가 제시한 주제분석의 절차를 활용하여 자료를 분석하였다. 주제분석은 연구자가 자료 속에서 의미 단위를 귀납적으로 도출하고, 이들을 상위 개념으로 범주화함으로써 참여자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이다. 분석 과정은 전사본의 반복적 검토에서 출발하였다. 연구자는 면담 종료 직후 녹취파일을 직접 전사하고, 이를 여러 차례 읽으며 자료에 익숙해지는 단계를 거쳤다. 이후 발화 단위별로 의미 있는 문장, 감정 표현, 행동에 대한 인식 등을 중심으로 초기 코드를 생성하였다. 다음 단계에서는 의미상 유사한 코드들을 묶어 상위 주제로 통합하는 과정을 수행하였다. 예를 들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목표를 어디까지 세워야 할지 모르겠다”와 같은 코드는 ‘계획의 양가성’이라는 상위주제로, “도전행동의 원인을 모르겠다”, “감각․약물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는 진술은 ‘다요인 혼합으로 기능 파악의 한계’으로 범주화되었다. 이렇게 구성된 주제들은 연구자가 초기 해석을 서술한 후, 두 번째 연구자의 검토를 거쳐 명칭과 범위가 조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총 120여 개의 초기 코드가 도출되었으며, 검토와 통합을 거쳐 4개의 대주제와 13개의 하위주제로 정제되었다. 각 주제는 ‘기능의 불확실성과 정보 공유의 격차’, ‘보호적 개입의 딜레마와 긴급 대응의 부담’, ‘행복과 성장의 가치 갈등’, ‘계획과 교육의 실천적 전환’으로 명명되었다.
분석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이 병행되었다. 첫째, 면담자료와 기관 문서(행동지원 계획서, 내부 회의록 등)를 교차 검토하는 자료 삼각검증을 수행하였다. 둘째, 분석 전 과정을 연구일지에 기록하고 반복적 비교를 통해 해석의 일관성을 점검하였다. 셋째, 해석 결과는 질적연구 경험이 풍부한 외부 전문가 1인과 논의하여 연구자의 주관이 과도하게 개입되지 않도록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도출된 주제들은 참여자의 실제 언어와 맥락에 충실하면서도, 도전행동 지원이라는 현상에 내재한 구조적 의미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두었다.
Ⅲ. 연구 결과
참여자들은 도전행동의 원인을 단일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반복적으로 진술하였다. 동일한 행동이라 하더라도 그 배경에는 약물의 부작용, 수면 부족, 신체 컨디션, 감각적 자극, 식습관 변화, 환경 변화, 그리고 보호자의 대응 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현장에서는 도전행동이 발생한 직후에도 “이게 피로 때문인지, 약물 때문인지, 감각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는 발언이 잦았으며, 기능 분석을 시도하더라도 그 결과가 일관되게 유지되지 못했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성인 이용자의 경우, 자극 민감도와 약물 반응성이 시간대별로 달라 기능적 판단이 더 모호해졌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실무자들에게 “분석적 판단보다는 경험적 대응”으로 흐르도록 압박했으며, 행동지원의 과학적 기반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참여자들은 도전행동이 특정 자극(단어, 소리, 냄새, 음식 등)에 의해 촉발되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극의 일관성이 매우 낮아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보고하였다. 동일한 상황에서도 하루는 문제없이 지나가지만 다른 날은 갑자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안정성과 통제불가능성을 체감했다. 또한 도전행동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환기 전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었고, 일부 참여자는 “당사자가 스스로 감정을 가라앉히는 데만 의존한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기관이 보유한 환경조절 매뉴얼이 실제 이용자 특성에 맞게 작동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도전행동 지원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가정과 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실제로는 정보 공유 수준의 불균형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가정은 수면․배변․약물․컨디션을 매일 구체적으로 기록하여 전달했고, 이는 기관의 개입 계획 수립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었다. 반면, 일부 보호자는 약물 복용량을 임의로 조정하거나 상태를 부분적으로만 보고하여 현장 대응의 정확성을 떨어뜨렸다. 기관 차원에서는 이런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정례화된 부모면담(월 1~2회)과 상향식․하향식 보고 체계를 구축했으나, 참여자들은 여전히 ‘보호자 중심의 비공식 결정’이 개입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였다. 이는 전문가 주도형 협력모델과 보호자 경험 중심 협력모델 사이의 긴장을 보여준다.
참여자들은 도전행동 상황에서 “개입해야 하는가, 참아야 하는가”의 딜레마에 상시 노출되어 있었다. 이용자가 자․타해 행동을 보일 때 즉각적으로 제지하지 않으면 안전에 위험이 생기지만, 보호적 개입(restrictive interventions)은 인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동시에 존재했다. 계획서상으로는 ‘필요 시 보호적 개입(restrictive interventions) 가능’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그 순간 손이 안 나간다”는 진술이 다수였다. 이러한 상황은 종사자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지켜보는 무력감”과 “도전행동을 방관했다는 죄책감”을 동시에 남겼다.
실제 현장에서는 개입 타이밍을 놓치거나, 개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장시간 지속되었다. 참여자들은 ‘평정 상태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실적이지만, 그 과정이 30분에서 3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고 보고했다. 이 시간 동안 돌봄 인력은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때로는 이용자의 배변․오염․소음․자해 행동을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는 “물리적 피로를 넘어 심리적 탈진으로 이어진다”고 표현되었고, 일과 중 가장 감정적으로 고갈되는 순간으로 지목되었다.
참여자들은 현재의 안전․위기대응 교육이 ‘문서 중심, PPT 중심’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이론적 이해’보다 ‘즉시적 신체 반응과 팀워크’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몸으로 익힐 수 있는 훈련은 거의 없었다. 일부 기관에서는 중앙에서 제공한 매뉴얼을 그대로 읽는 수준으로 교육이 이루어져, “교재를 누가 썼는지 현장을 모르는 티가 난다”는 반응도 있었다. 참여자들은 “긴급 개입 시나리오를 실제로 반복 연습하고, 사후 디브리핑이 포함된 실습형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하였다.
참여자들은 일상지원 과정에서 “지금의 안정과 행복을 지켜야 하는가, 미래의 성장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시켜야 하는가”의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다. 즉, ‘즉각적 만족’과 ‘장기적 자립’의 가치가 상충하면서 실무자는 “내가 너무 푸시하는 건 아닌가”라는 불안을 느꼈다. 당사자의 선호(음식, 휴식, 감각 자극)를 제한할 때 생기는 불편함은 돌봄자에게도 심리적 부담이 되었으며, 결국 “행동지원의 윤리적 경계”가 개인의 판단에 맡겨지는 현실이 드러났다.
강도 높은 지원 업무 속에서도 참여자들은 “작은 성공의 순간이 하루를 버티게 한다”고 말했다. 식사시간이나 개인활동이 계획대로 흘러가고, 이용자가 스스로 휴식이나 선택행동을 했던 순간을 ‘완벽한 하루’로 회상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업무 성공이 아니라, “당사자가 나와 함께 조화를 이루었다”는 감정적 유대의 회복으로 이어졌다. 소진과 피로가 쌓이더라도, 이와 같은 ‘작은 기적의 장면’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참여자들은 ‘행동지원계획 수립’이 일상지원의 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무엇을 목표로 삼을지조차 막막하다”고 표현했다. 행동지원계획은 실무자에게 하루의 방향을 제공하고, 당사자의 변화를 기록할 기회를 준다. 그러나 구체적인 행동목표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가’, ‘단계를 어떻게 올릴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하여, 행동지원계획이 부담이 되기도 했다.
기존의 방대한 행동지원계획은 작성자 외에는 활용도가 낮았으며, 신규 인력이나 대체인력이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되었다. 이에 따라 참여자들은 ‘핵심 정보 한 장 요약(원페이퍼)’이 현장 적응과 인수인계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원페이퍼에는 ‘하루의 주요 루틴, 선호․회피 자극, 강화․소거 전략, 긴급대응 절차’ 등 필수 항목만 담는 방식이 선호되었다. 이런 단축형 계획은 기록의 실효성을 높이고, ‘문서 작성을 위한 문서’를 줄이는 실질적 개선 방안으로 제시되었다.
참여자들은 기존의 교육이 “개념과 정의 중심”에 머물러 있어, 실제 행동지원 기술을 습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교육은 ‘의미 있는 활동 구성’, ‘대체 의사소통 체계 구축’, ‘감각추구․회피 행동 대응’, ‘긴급개입 롤플레이’ 등 실제 행동기술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러한 요구는 단순히 교육 방식의 변경이 아니라, ‘현장 역량의 전문화’를 위한 방향 전환으로 해석된다.
Ⅳ.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에서 도전행동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종사자들의 경험을 분석함으로써 현장 수행에서 나타나는 핵심 문제와 의미를 탐색하였다. 연구 결과는 기능의 불확실성과 정보 공유의 격차, 보호적 개입(restrictive interventions)의 딜레마와 긴급 대응의 부담, 행복과 성장의 가치 갈등, 계획과 교육의 실천적 전환이라는 네 축으로 정리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국제적․국내적 선행연구와 여러 측면에서 상응하며, 동시에 한국형 통합돌봄 체계가 갖는 고유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첫째,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보고한 도전행동의 다요인성은 도전행동을 단순히 ‘행동문제’로 간주했던 초기의 연구 경향을 넘어, 의학적․감각적 요인, 환경적 요인, 일상 구조의 부적절성 등이 상호작용해 나타나는 복합적 현상이라는 최근의 관점을 재확인시켜 준다. 선행연구에서도 도전행동이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 제한, 감각 민감성, 약물 변화, 루틴 변화, 통증․질병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하였다(McGill et al., 2018). 특히 신체․의학적 요인을 간과할 경우 행동중재가 반복적으로 실패하거나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은 본 연구 참여자 진술과 직접적으로 맞닿는다. 한국 최중증 발달장애 통합돌봄 심화연구에서도 도전행동을 포함한 기능제한은 단일 요인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환경적 요인과 지원필요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24). 본 연구는 이러한 복합적 요인이 실제 돌봄 공간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종사자의 언어로 구체적으로 드러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둘째, 보호적 개입(restrictive practice)에 대한 윤리적 긴장과 정서적 부담은 국제적 연구에서도 꾸준히 보고되는 주제이다. 선행연구에서는 도전행동을 보이는 성인에 대한 서비스 제공 시, 보호적 개입(restrictive interventions)은 반드시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예방중재․환경조정․의사소통 지원․대체기술교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National Human Rights Commision of Korea, 2019; NICE, 2015; Seoul Advocacy Agency for Persons with Disabilities, 2019). 영국의 경우 보건․복지 서비스 전반에서 보호적 개입(restrictive interventions)과 격리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사용 시에도 엄격한 사전․사후 보고, 데이터 모니터링, 조직 차원의 거버넌스를 요구하고 있고, 호주에서도 장애서비스 영역에서 국가 차원의 제한적 중재 감축 프레임워크와 승인 절차, 보고 체계를 구축하여 인권보호와 서비스 질 관리를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Social Care, Local Government and Care Partnership Directorate, 2014; Department of Health, Disability and Ageing, 2014).
그러나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긴급상황에서 ‘최소침해의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 실제로는 매우 어렵고, 개입 후 죄책감 또는 자기비난이 남는다고 진술하였다. 종사자들이 안전과 인간 존엄을 동시에 고려하는 과정에서 높은 정서적 소진을 경험함을 의미한다(Moon & Jeong, 2025). 특히 한국의 통합돌봄 초기기관에서는 대응 프로토콜, 사전 예행훈련, 팀 기반 의사결정 절차 등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종사자의 윤리적 부담은 단순한 개인의 심리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질․이직률․행동지원의 일관성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책적․조직적 개입이 요구된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형 통합돌봄은 보호적 개입(restrictive interventions)에 대해 법․제도적 수준의 명확한 정의와 사용 조건, 기관 내부의 승인․기록․사후검토 메커니즘, 인권․윤리․위기대응을 포함하는 정기적 교육과 슈퍼비전, 국가 차원의 모니터링․통계․감축 목표 설정 등이 여전히 부분적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24). 따라서 종사자의 윤리적 부담을 개인의 심리 문제로 환원하기보다는, 해외와 같이 정책․법제․기관 거버넌스 수준에서 책임을 분산․공유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소진 예방을 넘어, 도전행동 지원의 질, 이직률, 보호적 개입(restrictive interventions)과 같은 방법의 장기적 감축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셋째, 참여자들이 반복적으로 언급한 ‘행복-성장 가치갈등’은 발달장애인 지원 문헌에서 최근 주목받는 주제와 맞닿는다. 기존 행동중재는 ‘기능 향상’과 ‘도전행동 감소’를 주요 목표로 삼아 왔으나, 자폐 당사자 연구에서는 삶의 질(QOL)과 자기결정(self-determination)을 우선하는 지원철학이 강하게 부상하고 있다(Shogren & Ward, 2018; Mumbard et al., 2024). 본 연구 참여자들은 활동 참여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당사자가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순간들, 반대로 선호활동만 제공하면 성장 기회가 줄어들 것 같은 불안감을 동시에 경험하였다. 이는 지원자가 무엇을 ‘좋은 삶(good life)’으로 규정하는가에 대한 암묵적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 있으며, 기관․부모․정책 간 목표체계가 명확하지 않을 때 현장 실천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 준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의사결정 능력과 의사소통 제한이 겹쳐 나타나, 이 가치갈등은 더욱 복잡하게 작용한다.
해외의 도전행동․통합돌봄 지침은 이러한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지만, 사람중심계획(person-centred planning), 가족․옹호자의 참여, 삶의 질 지표를 활용한 목표 설정 등을 통해 제도 차원에서 조정 장치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발견된다(NICE, 2018). 반면 한국의 통합돌봄에서는 “행복을 우선할 것인가, 성장을 우선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아직 개별 기관과 종사자의 윤리․철학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국가․지자체․기관․가족이 공유하는 장기적 목표 프레임워크는 제도화 초기 단계에 있다. 따라서 한국형 통합돌봄체계는 단기간의 기능 향상 지표뿐 아니라, 삶의 질, 자기결정, 관계망, 건강․안전 등을 포함하는 다차원적 결과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정책․재정․평가체계와 연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행복-성장’ 갈등을 해소한다기보다, 갈등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합의 가능한 지점을 모색하는 공적 장을 마련하는 방향의 발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넷째, 계획(Plan)․교육(Education)의 실행가능성(implementability) 문제는 PBS의 국제적 실행과제와 일치한다. PBS는 강력한 근거기반 중재로 확립되었지만,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충실도(fidelity)’가 낮게 나타나는 현상은 해외에서도 꾸준히 보고되었다(Kim, 2019; Horner, Sugai, & Anderson, 2010; Gore et al., 2013).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계획서 작성 자체의 어려움, 목표 수준 판단의 난해함, 계획의 양적 과다, 그리고 당사자 특성 변화에 따라 계획이 빠르게 무력화되는 경험을 언급하였다. 이는 PBS 실행 문헌에서 강조하는 “지속적 코칭(coaching), 자료 기반 의사결정(data-based decision making), 팀 기반 문제해결”의 부재가 한국 통합돌봄 현장에서도 동일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의 초기 통합돌봄 모델은 행정적 보고체계 중심의 계획 문서가 많아, 실천적 실행력과의 간극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PBS의 본래 철학(환경조정․예방․협력적 문제해결)과 다소 충돌할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는 정책적 제도화가 빠르게 이루어진 영역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를 실행하는 종사자들은 도전행동의 복합성, 윤리적 긴장, 가치 판단, 실행가능성이라는 다층적 어려움 속에서 돌봄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통합돌봄이 단순히 인력 배치와 예산 확대만으로 기능할 수 없으며, 현장 기반의 전문성 체계 구축, 윤리․위기대응 교육, 팀 기반 의사결정 구조, 보호자와의 목표 공유체계, 그리고 실천 가능한 계획도구 개발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