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는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소통, 제한되고 반복적인 행동 및 관심사의 어려움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로 정의되며, 이러한 특성은 다양한 형태의 문제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 ASD아동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문제행동으로는 공격행동, 지시 거부, 자해행동, 상동행동 등이 있으며(Kim & Kim, 2012; Baghdadli et al., 2003), 이러한 행동은 아동의 발달 수준, 인지 능력, 사회성, 의사소통 기술, 그리고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행동은 아동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교사, 또래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Min & Kim, 2019), 학업 성취도 저하, 사회적 관계 형성의 어려움, 학교 부적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ASD 아동의 교육에서 문제행동 중재는 핵심적인 과제로 간주된다(Bambara & Kern, 2005; Horner et al., 2002).
ASD 아동의 문제행동 중 상당수는 과제 요구나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려는 기능적 목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Love, Carr and LeBlanc(2009)는 ASD 아동 3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들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가 회피 기능에 의해 유지되는 문제행동을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이에 더해 Melanson and Fahmie(2023)는 1983년부터 2023년까지 출판된 기능분석 기반 논문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결과, 단일 기능에 의해 유지되는 문제행동 중 회피 기능이 차지하는 비율이 21.1%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특히 이 연구에서 분석된 대상자의 연령은 7~12세에 해당하는 학령기 아동이 전체의 46.8%로 가장 많았으며, 이는 학령기 아동의 문제행동이 회피 기능에 의해 유지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확인된다. Yoon et al.(2023)은 긍정적 행동지원을 적용한 국내 단일대상연구 81편을 분석한 결과, 회피 기능이 포함된 문제행동(단일 기능 및 복합 기능 포함)이 전체의 47.2%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특히 ASD 아동의 경우, 단일 기능 중 회피 기능이 40%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복합 기능을 포함한 사례에서도 회피 기능이 포함된 경우가 가장 높은 빈도를 나타냈다. 아울러 연령대별 분석에서는 유아기 및 초등학교 시기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전체의 65%에 해당하는 74편으로 나타났으며(Yoon et al., 2023), 이는 국내 만 12세 미만 장애 아동 사이에서도 회피 기능에 의해 유지되는 문제행동의 빈도가 높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결과는 국외 연구에서 나타난 회피 기능의 높은 발현 빈도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문화와 환경이 달라도 회피 기능이 ASD 아동의 문제행동에서 주요한 요인임을 의미한다(Melanson & Fahmie, 2023).
ASD 아동의 문제행동을 효과적으로 중재하기 위해서는 해당 행동이 나타나는 기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Carr and Durand(1985)는 문제행동이 단순한 방해 요소가 아닌, 아동 고유의 의사소통 방식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그 기능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Iwata et al.(1982, 1994)은 문제행동의 기능을 규명하기 위한 도구로 기능행동평가(Functional Behavior Assessment; FBA)의 필요성을 제시하였으며, 이를 통해 문제행동의 발생 원인과 유지 요인을 밝히고 효과적인 개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하였다. 기능행동평가는 문제행동이 발생하기 전후의 선행사건(antecedents)과 결과(consequences)를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해당 행동이 주로 관심 획득, 과제 회피, 감각 자극 추구, 또는 물질 획득 등 특정한 기능에 의해 유지된다는 점을 밝혀내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Cooper et al., 2007). 따라서 ASD 아동의 문제행동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기능에 대한 사전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개인화된 맞춤형 중재 전략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FBA를 기반으로 한 중재는 대부분 기능분석을 포함한 패키지 형태로 구성되며, 이와 관련한 Choi and Kim(2019)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FBA를 적용한 총 48편의 연구 중 83.3%가 기능분석 기반 중재 패키지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연구의 대다수는 차별강화를 중심으로 한 대체 행동 교수 절차를 중재의 핵심 구성 요소로 포함하고 있었다. 특히 문제행동의 기능에 기반하여 보다 적절한 행동을 가르치고 강화함으로써 문제행동을 감소시키는 기능적 의사소통 훈련(Functional Communication Training, FCT)이나 대체 행동 차별강화(Differential Reinforcement of Alternative behavior, DRA)가 자주 활용되었다. 이러한 중재는 문제행동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동시에 적절한 대체 행동을 증가시키는 데 있어 실증적 근거를 갖춘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회피 기능의 문제행동을 중재할 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략 중 하나는 회피 소거(escape extinction)이다. 이는 과제나 요구 상황을 회피하려는 행동에 대해 더 이상 회피 결과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표적 행동을 감소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Lane et al., 2007). 예를 들어, Anderson and Long(2002)은 과제를 회피하려는 8세 남아를 대상으로 지시 직후 즉각적인 신체적 촉구를 제공함으로써 문제행동을 감소시켰으며, Dawson and Dawson(2003)은 음식을 거부하는 3세 여아에게 숟가락을 든 채 기다리는 회피 소거 절차를 적용하여 음식 섭취에 대한 순응률을 100%까지 향상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소거 절차는 단독으로 적용될 경우 소거 폭발이나 공격행동 증가 등의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 Lerman and Iwata(1995)는 소거가 차별강화 등 다른 중재 전략과 함께 적용될 때 이러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고 보고하였다. 이에 따라 많은 연구에서는 소거와 함께 긍정적인 중재 요소를 병행하여 문제행동을 감소시키고 적절한 행동을 강화하는 접근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소거의 적용은 실제 현장에서 정확히 수행하기 어렵고, 자해나 공격과 같은 문제행동의 경우 오히려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Lerman, Iwata and Wallace(1999)의 연구에 따르면, 자해 행동에 소거 절차를 적용한 사례 중 약 40%에서 소거 폭발이나 공격성 증가가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저자들은 소거의 사용이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신중한 접근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국외에서는 소거 절차를 포함하지 않고도 문제행동을 감소시키는 긍정적 행동 중재 전략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Fritz et al.(2017)은 소거를 적용하지 않은 비유관적 강화(Noncontingent Reinforcement, NCR) 전략이 문제행동 감소에 효과적임을 보고하였으며, Veilleux(2019)는 회피 기능을 지닌 문제행동에 대해 회피 소거 없이 선호도 평가를 바탕으로 정적 강화를 제공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제안하였다. Trump et al.(2020)은 소거 절차 없이 적용한 차별강화 전략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으며, Athens and Vollmer(2010)는 적절한 행동에 제공되는 강화가 더 즉각적이고 질적으로 우수하며 지속시간이 길 경우, 소거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문제행동의 빈도가 감소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특히, 차별적 정적 강화(Differential Positive Reinforcement)는 바람직한 대체행동에 고선호 강화물을 제공하고 문제행동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선호도 또는 무강화를 제공함으로써 문제행동을 약화시키는 전략으로, 강화의 질과 조건을 조절하여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이러한 전략은 소거를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소거 폭발, 문제행동의 일시적 증가, 안전성 저하 등의 부작용을 예방하는 동시에, 중재 실행의 수용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소거 없는 차별적 정적 강화(Differential Positive Reinforcement without Extinction)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검토한 연구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며, 회피 기능에 기반한 문제행동 중재 시 여전히 소거 전략이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소거 절차를 포함하지 않고 차별적 정적 강화를 적용한 중재가 ASD 아동의 회피 기능 기반 문제행동 감소 및 과제 수행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소거 없는 차별적 정적 강화가 저학년 ASD초등학생의 과제 회피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둘째, 소거 없는 차별적 정적 강화가 저학년 ASD초등학생의 과제 수행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Ⅱ. 연구 방법
본 연구의 참여자는 I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ASD로 진단받은 만 7세 초등학교 1학년 남아 1명이다. 참여자의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아정신과 의사에 의해 ASD로 진단받은 아동
둘째, 과제 제시 시 회피 기능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문제행동이 나타나는 아동
셋째, 시각과 청각 등 감각적 결함이 없는 아동
넷째, 회피 기능을 가진 문제행동의 정도가 본인, 타인에게 해를 가하거나 위협이 되지 않는 아동
다섯째, 연구 참여에 대해 부모가 동의한 경우
여섯째, 이전에 소거 없는 차별적 정적 강화 중재에 참여한 적이 없는 아동
연구 참여자에 대한 기본정보, 사전 평가 및 참여자의 구체적인 특성은 <Table 1>과 <Table 2>와 같다.
| Category | AGE/SEX | Diagnosis | SMS | K-WPPSI-IV | CARS | VMI | GAS |
|---|---|---|---|---|---|---|---|
| Child A | 2017. 11. Male | ASD | SA: 1y 9m SQ: 34 | 0 | 37.5 (severe autism) | 1y 4m | 20-11 (regular intervention needed) |
본 연구에서는 회피 기능에 기반 한 문제행동과 과제 수행률을 측정하기 위해 국어 쓰기 과제와 수학 덧셈 과제를 선정하였으며, 아동의 현재 수행 능력에 적합한 행동 레퍼토리를 기반으로 과제 자료를 제작하였다.
국어 쓰기 과제는 제일 왼쪽 세로줄에 표본 글자를 제시하고, 가로 5칸 × 세로 9줄로 구성된 총 45칸(칸 크기 약 3cm × 3cm)의 활동지를 제작하여 사용하였다. 과제의 난이도는 글자의 획순과 형태적 복잡성을 기준으로 3단계로 구분하였다. 1단계는 직선 위주의 간단한 글자인 ‘가’, ‘나’, ‘사’로 구성하였고, 2단계는 곡선이 포함된 ‘아’와 1단계 글자에서 획을 하나만 추가하여 형성할 수 있는 ‘다’, ‘마’, ‘바’, ‘타’, ‘카’, ‘자’ 등을 포함하였다. 3단계는 이 외의 상대적으로 복잡한 자모 구조를 가진 글자들로 구성하였다. 각 단계에서 과제 글자 중 1개를 제외한 모든 글자를 완료하였을 경우, 다음 단계의 글자를 과제로 제시하여 점진적으로 난이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수학 덧셈 과제는 두 숫자의 합을 기준으로 총 4단계로 구성하였다. 1단계는 합이 3 이하인 덧셈 문제(예: ‘1+1=?’, ‘1+2=?’)로 구성하였으며, 2단계는 합이 5 이하, 3단계는 7 이하, 4단계는 10 이하인 문제들로 구성하였다. 해당 과제는 소형 카드로 제작되었으며, 각 카드 상단에는 덧셈 항목의 수량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트(♡) 모양으로 구성하여 시각적 촉구를 제공하였고, 하단에는 각 하트의 개수에 해당하는 숫자와 함께 결과를 기입할 수 있는 빈칸을 포함하였다.
본 연구는 회피 소거를 적용하지 않은 차별적 정적 강화가 ASD 아동의 회피 기능 기반 문제행동과 과제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행동 간 중다 간헐 기초선 설계(multiple-probe design across behaviors)를 적용하였으며, 국어(한글 쓰기) 과제와 수학(숫자 덧셈) 과제를 각각 기초선, 중재, 유지 단계로 구분하여 관찰 및 측정을 실시하였다. 중재 효과의 확산을 방지하고 과제 간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초선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세션에서는 국어 과제와 수학 과제를 교차로 제시하였으며, 각 과제 사이에는 약 10분간 다른 교실에서 휴식 시간을 제공하였다. 실험 전 기간 동안 문제행동이 발생하였을 경우 회피 소거 절차는 적용하지 않았으며, 해당 과제는 즉시 회수되었고 과제 지속에 대한 추가 지시는 제공되지 않았다.
본 연구는 2024년 11월 셋째 주부터 2025년 4월 첫째 주까지 약 5개월에 걸쳐 진행되었다. 본 연구는 I시에 위치한 ABA 센터 내 약 1.5평(약 5m²) 규모의 치료실에서 실시되었다. 중재는 교사와 아동 간 1:1 상황에서 진행되었으며, 치료실 내 벽면에는 크기 63cm × 40cm의 책상을 배치하여 교사와 아동이 마주 앉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책상 반대편 벽면에는 교구장을 설치하였으며, 교구장에는 당일 아동의 선호도를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장난감(소리나 불빛이 나는 장난감 등)을 사전에 준비하여 배치하였다.
본 연구는 사전평가, 기초선, 중재, 유지 총 4단계로 진행되었다. 각 단계별로 다음과 같은 절차에 따라 연구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문제행동의 기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행동 기능 질문지(Question About Behavioral Function, QABF)를 활용하였다. QABF는 간단한 설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무 현장에서 문제행동에 대한 초기 평가 및 개입 전략 수립 시 실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Paclawskyj et al., 2000).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QABF를 사용하여 대상 아동의 문제행동 기능을 사전에 평가하였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간편 기능 분석(brief functional analysis, BFA)을 설계하였다. 비록 한 명의 대상자에 대한 정보만을 얻었으나, 해당 QABF 결과를 통해 아동의 부모님께 보고받은 문제행동의 기능을 더욱 확실하게 특정할 수 있었으며 BFA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부모 면담을 통해 수집된 QABF 결과는 <Figure 1>에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차별적 정적 강화의 효과적인 적용을 위해 교체 없는 다중 자극 선호도 평가(Multiple Stimulus without Replacement, MSWO)를 실시하였다. MSWO 평가는 자극을 배열하고 선택된 자극을 제거하며 반복 제시하는 방식으로, 참여자의 선호도 위계를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DeLeon & Iwata, 1996). 본 연구에서는 보호자 면담을 통해 수집한 자극과 유사한 특성의 자극들을 포함하여 총 15개 자극을 제시하였고, 아동의 선택에 따라 자극을 순차적으로 제거하며 선호도를 평가하였다. 상위 1~10순위 자극은 간편 기능 분석 및 중재에 활용되었으며, 기초선과 중재 단계 전에는 당일 선호도를 확인하기 위한 간단한 사전 평가도 함께 실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QABF 결과를 바탕으로 상위 1위 및 2위로 나타난 기능(회피, 물건 획득)을 중심으로, 통제 조건인 자유 놀이 조건을 포함한 총 세 가지 조건을 설정하여 BFA를 실시하였다.
전통적인 기능 분석(Functional Analysis, FA)은 문제행동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시간과 자원이 많이 소모되고 전문가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외래 환경(outclinic setting)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제한점이 있다(Northup et al., 1991).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간편 기능 분석은 외래 환경에서 짧은 시간 내에 문제행동의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라고 하였으며, 전통적인 기능 분석의 핵심 요소들을 유지하면서도 평가 절차를 간소화하여, 다양한 임상 환경에서 활용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Northup et al., 1991).
각 조건은 Northup et al.(1991)의 절차를 준거로 하되, 아동의 과제 특성과 환경에 적합하게 수정하여 적용하였다. 모든 세션은 전 과정을 비디오로 녹화하였으며, 조건 제시 순서는 자유 놀이 조건-물건 획득 조건-자유 놀이 조건-요구 회피 조건의 순서로 구성하였다. 각 조건은 5분간 실시하였고, 이 과정을 총 3회 반복하여 전체 세션은 약 60분간 진행되었다. BFA의 결과는 <Figure 2>와 같다.
자유 놀이 조건에서는 연구자와 아동이 함께 치료실에 입실한 후, 아동이 장난감이나 음식물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조건에서는 연구자가 지속적으로 눈맞춤, 가벼운 신체 접촉, 맨드에 대한 언어적 반응 등 사회적 상호작용을 제공하였다. 문제행동이 발생한 경우 즉시 해당 행동을 기록지에 표기하고, 약 10초간 아동에게 어떠한 추가적 피드백이나 접근도 제공하지 않았다. 10초가 경과한 후에는 다시 본래의 조건을 회복하여 관찰을 이어갔다.
본 연구의 기초선 단계는 Iwata et al.(1982)이 제시한 기능 분석 절차 중 요구 회피 조건과 유사한 형태로 설계되었다. 중재 전 사전 선호도 평가를 통해 아동의 강화물을 선정하였으나, 선호도는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므로 각 세션 시작 전 간단한 선호도 확인 절차를 추가로 실시하였다.
기초선에서 아동에게 과제를 제시한 후 문제행동이 발생하면 즉시 과제를 철회하고 “그래, 하지 마.”라는 중립적인 피드백을 제공한 뒤, 문제행동 기록지에 해당 반응을 ‘○’로 표기하였다. 이후 30초간 과제 제시 없이 기다린 후 다시 과제를 제시하였다. 아동이 과제에 대해 정반응을 보일 경우, “잘했어.”라고 언어적 피드백을 제공하고, 과제 수행 기록지에 ‘○’로 표기한 뒤 5초 후 다음 과제를 제시하였다. 무반응이거나 수행 시도가 있었으나 5초 이내에 완료하지 못한 경우, 신체적 촉구를 통해 과제를 완수하게 한 후 간단한 언어적 칭찬과 함께 과제 수행 기록지에 ‘△’로 표기하였다. 이후 동일한 과제를 다시 제시하였다.
아동이 동일 과제를 5회 연속 독립적으로 수행한 경우, 해당 과제 내에서 다음 수준의 레퍼토리(예: ‘가’ → ‘나’ 쓰기)를 제시하였다. 이후 2회기 동안 레퍼토리별 독립 수행 비율(정반응 횟수/전체 시도 횟수)이 80% 이상일 경우, 해당 레퍼토리는 학습 완료로 간주하고 더이상 제시하지 않았다. 기초선 단계에서의 교수 절차는 <Figure 3>에 제시하였다.
중재 단계는 기초선 단계와 동일한 절차로 진행되었으며, 차별적 정적 강화만을 추가하였다. 연구자는 아동에게 과제를 제시하고 문제행동이 발생하면 즉시 과제를 철회한 후 “그래, 하지 마.”라는 중립적 언어를 제공하고 30초간 과제 제시 없이 대기하였다. 해당 문제행동은 문제행동 기록지에 ‘○’로 표기하였다. 이후 동일한 과제를 다시 제시하였다.
아동이 무반응을 보이거나 과제 수행을 시도하였으나 5초 이내에 완성하지 못한 경우, 또는 정반응의 기준에서 벗어난 오반응(예: 획수 오류, 형태 오류)을 보인 경우 신체적 촉구를 통해 과제를 완료하게 한 뒤 중립적 피드백과 함께 당일 선호도 평가에서 확인된 5~7순위의 중간 선호 자극을 강화물로 제공하였다. 이 경우 과제 수행 기록지에는 ‘△’로 표기하였다. 반면, 아동이 과제를 독립적으로 정확히 수행한 경우에는 중립적 피드백과 함께 1~4순위의 고선호 자극을 제공하였고, 과제 수행 기록지에는 ‘○’로 표기하였다.
아동이 동일 과제를 5회 연속 독립적으로 수행할 경우, 해당 과제 내에서 완료되지 않은 다음 수준의 레퍼토리(예: ‘가’ 완료 후 ‘나’ 제시)를 제시하였다. 이후 2회기 동안 해당 레퍼토리의 독립 수행 비율(정반응 횟수/전체 시도 횟수)이 80% 이상일 경우, 해당 레퍼토리는 학습 완료로 간주하고 더 이상 제시하지 않았다.
각 과제는 10분간 중재 후 5분간 휴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총 25분간 진행되었으며, 국어 쓰기 과제와 수학 덧셈 과제 사이에는 다른 교실에서 추가로 10분간의 휴식 시간을 제공하였다. 이후 동일한 절차로 두 번째 과제도 25분간 실시하였다. 중재 단계에서의 교수 절차는 <Figure 4>에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회피 기능을 지닌 문제행동의 발생률과 과제 수행률을 측정하였다. 문제행동은 각 회기의 총 20분을 30초 간격으로 구분하여 총 40개의 간격으로 나눈 후, 부분간격기록법(partial interval recording)을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문제행동 발생률은 문제행동이 관찰된 간격 수를 전체 간격 수로 나누어 산출하였다. 과제 수행률은 아동이 작성한 과제물과 데이터 시트에 기록된 정반응 및 오반응 횟수를 기준으로 계산하였다.
문제행동의 조작적 정의는 수업 시간 중, 회피 행동을 보이는 경우이다. 자세한 회피 행동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
① 맨드 표현의 목적이 아닌 상황에서, “이이” 소리를 내는 경우
-
② 과제를 제시하였을 때, 전혀 상관없는 다른 것을 쓰는 경우(예: ‘가’를 지시했는데, ‘ㅇ’을 쓰는 경우) [해당 조건의 경우, 과제물에 보고 따라 쓸 수 있는 예시가 존재하기 때문에 위 행동은 과제를 하기 싫어하는 회피 행동으로 간주]
-
③ 의자에서 엉덩이가 모두 떨어지는 경우 (기초선 기간 중 발생하여 추가)
아동의 수행률 체크를 위한 정반응 기준은 다음과 같다.
-
① 과제 자료에 □칸을 두 획 이상 벗어나지 않는다.
-
② 국어 쓰기 과제 중 ‘ㅏ’를 작성할 때 가로선의 절반 이상이 칸 밖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
③ 국어 쓰기 과제 중 ‘ㅏ’를 작성할 때, 가로선의 절반 이상이 세로선의 우측으로 쓰여 져야 한다.
-
④ 모든 국어 쓰기 획의 기울기가 제시된 보기보다 45° 이상 차이나지 않는다.
-
⑤ 모르는 사람이 보았을 때 해당 글자 혹은 숫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유사성을 보여야 한다.
해당 정반응 기준에 벗어나는 오반응의 예시는 아래 <Figure 5>에 제시하였다. 첫 번째 사진은 ①번 기준을, 두 번째 사진은 ③번 기준을, 세 번째 사진은 ④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오반응으로 처리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종속변인 자료를 그래프로 제시하고, 시각적 분석을 통해 중재 효과를 평가하였다. 시각적 분석에서는 각 단계 간 자료의 수준(level), 경향(trend), 변화의 즉각성(immediacy of effect), 그리고 비중복비율(Percentage of Non-overlapping Data, PND)을 활용하였다. 수준은 단계별 평균값을 비교하여 분석하였고, 경향은 중앙 이분법을 적용하여 판단하였다.
PND는 기초선 단계에서 가장 높은(또는 낮은) 값과 중재 단계의 자료점을 비교하여 중복되지 않은 자료점의 비율을 백분율로 산출한 지표이다. Scruggs and Mastropieri(2013)의 기준에 따르면, PND가 90% 이상이면 ‘매우 효과적인 중재’, 70% 이상 90% 미만은 ‘효과적인 중재’, 50% 이상 70% 미만은 ‘효과가 낮은 중재’, 50% 미만은 ‘비효과적인 중재’로 간주된다.
또한, 중재 효과의 크기를 분석하기 위해 Tau-U값을 산출하였다. Tau-U는 기초선과 중재 단계의 점수를 시간 순으로 정렬하여 쌍대비교를 수행한 후, ‘+’(중재 점수가 기초선 점수보다 높음)와 ‘-’(중재 점수가 기초선 점수보다 낮음)의 빈도를 비교하여 구한 값으로, 그 범위는 -1에서 +1까지이다(Parker et al., 2011). 본 연구에서는 **http://www.singlecaseresearch.org/calculators/tau-u**의 Tau-U 계산기를 사용하여 값을 산출하였다. Tau-U값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0.93-1.00은 ‘큰 효과’, 0.66-0.92는 ‘중간 효과’, 0.00-0.65는 ‘작은 효과’로 분류된다(Parker et al., 2011). 한편, 본 연구의 주요 종속변인인 회피 기능 기반 문제행동의 경우, 발생률의 감소가 중재 효과를 의미하므로 Tau-U값이 음수(-)로 산출되며, 이에 대한 해석은 양수 기준과 동일한 수치를 적용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관찰자 간 신뢰도(interobserver agreement, IOA)를 계산하기 위해 전체 세션의 약 30%를 무작위로 선정하고, 해당 세션의 녹화 영상을 기반으로 신뢰도를 산출하였다. 제1 관찰자는 본 연구의 연구자, 제2 관찰자는 응용행동분석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1인으로 선정하였으며, 연구자와는 독립된 환경에서 녹화된 영상을 시청하며 대상 아동의 회피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하였다. 신뢰도 측정에 앞서 제2 관찰자에게 연구 절차, 측정 방법, 문제행동의 조작적 정의 및 예시를 포함한 사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연구자와 제2 관찰자의 신뢰도가 90% 이상에 도달한 이후, 본 신뢰도 측정을 수행하였다. IOA는 두 관찰자의 기록에서 일치한 간격 수를 전체 간격 수로 나눈 후 100을 곱하여 백분율로 산출하였다. 그 결과, 기초선 단계의 신뢰도는 90.0%, 중재 단계는 91.3%, 유지 단계는 100.0%로 나타났으며, 전체 평균 관찰자 간 신뢰도는 93.8%로 산출되었다.
사회적 타당도는 중재 목표의 중요성, 중재 절차의 적절성, 중재 결과의 유의미성이라는 세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평가되어야 하며(Yang & Kim, 2002), 본 연구에서도 이러한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사회적 타당도를 검토하였다.
사회적 타당도 평가는 제1 관찰자, 아동의 보호자(어머니), 제2 관찰자 총 3인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각 영역 당 3문항씩 총 9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지를 사용하였으며,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5점)’까지의 5점 리커트 척도로 응답하도록 하였다.
자료 분석은 각 영역별 평균 및 범위를 산출한 후, 세 영역의 평균 점수를 합산하여 전체 사회적 타당도 평균을 산출하였다. 그 결과, 중재 목표의 중요성 영역에서는 평균 4.8점(범위: 4-5점), 중재 절차의 적절성은 평균 4.6점(범위: 4-5점), 중재 결과의 중요성은 평균 3.9점(범위: 2-5점)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평균은 4.4점으로 확인되었다. 각 영역에서 사용된 문항의 세부 내용은 <Table 3>에 제시하였다.
중재 충실도 평가를 위해 선호도 평가, 간편 기능 분석, 기초선 및 유지, 중재 단계 등 각 절차별 진행 방식에 따라 구체적으로 세분화된 예/아니오 형식의 중재 충실도 체크리스트를 제작하였다. 체크리스트는 총 14문항으로 구성되었으며, 독립변인의 정확한 제시 여부, 회피 소거 절차의 비사용 여부, 과제별 적절한 촉구 및 피드백 제공 여부 등을 포함하였다.
중재 충실도 평가는 본 논문의 제1 저자와 제2 관찰자(응용행동분석 전공 대학원생) 총 2인이 수행하였다. 전체 회기의 약 30%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녹화된 영상을 시청한 후 각 항목에 대해 ‘예’로 응답한 항목 수를 전체 항목 수로 나누어 백분율을 산출하였다. 그 결과, 제1 관찰자의 중재 충실도는 93%, 제2 관찰자는 100%로 나타났으며, 평균 96.5%의 중재 충실도를 기록하였다. 중재 충실도 평가를 위해 사용한 체크리스트는 <Table 4>에 제시하였다.
Ⅲ. 연구 결과
기초선 단계에서는 소거 없는 차별적 정적 강화 절차를 적용하기 전, 문제행동의 발생 빈도를 측정하였다. 국어 과제에서는 기초선 단계 5회기 동안 98회 문제행동이 발생하여 평균 49%의 발생률을 보였고, 중재 단계에서는 총 7회기 동안 12회 문제행동이 발생하여 평균 4%의 발생률을 보였으며 유지 단계에서는 2회 문제행동이 발생하여 5%의 발생률을 보였다. 이에 따른 PND값은 87.5%로 나타났으며, 기초선과 중재 단계 간의 Tau-U값은 -0.94로 큰 효과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기초선 마지막 회기에서 문제행동 발생률은 67.5%(40개 간격 중 27회)였으나, 중재 첫 회기에서는 20%(40개 간격 중 8회)로 감소하였고, 이후 회기에서는 각각 0회, 1회, 3회, 0회로 안정적인 감소 추세를 보였다. 특히 유지 단계 진입 전 마지막 2회기에서 강화 계획을 점진적으로 FR2 및 FR3로 전환하였음에도 문제행동은 관찰되지 않았다.
수학 과제에서는 기초선 5회기 자료에서 총 68회가 관찰되어 평균 34%의 발생률을 보였고, 중재 단계에서는 5회기 동안 5회 문제행동이 발생하여 평균 2.5%의 발생률을 보였으며 유지 단계에서는 3회 문제행동이 발생해 7.5%의 발생률을 보였다. 이에 따른 수학 과제의 PND 값은 100%로 나타났으며, 기초선과 중재 단계 간 Tau-U값은 -1로 큰 효과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수학 과제에서도 국어 과제와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으며, 중재 전 마지막 기초선 회기에서 27.5%(40개 간격 중 11회)의 발생률을 보였던 문제행동은 중재 적용 직후 3회, 2회, 0회로 급감하였고, 강화 계획을 FR2로 조정한 이후에도 문제행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각 과제별 문제행동 발생률의 평균과 범위, Tau-U 값과 PND 값에 대한 결과를 <Table 5>에 제시하였으며, 문제행동 발생률에 대한 시각적인 그래프를 <Figure 6>에 제시하였다.
국어 과제는 기초선 단계에서 level 1에 포함된 ‘가’와 ‘나’, ‘사’ 과제를 진행하였고, ‘가’와 ‘나’는 2회기만에 완료 요건을 충족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후 level 1에 남은 레퍼토리가 ‘사’ 1개이므로 level 2에 포함된 ‘아’와 ‘다’ 쓰기 과제를 진행하였다. ‘아’ 쓰기의 경우 아동이 이미 지니고 있는 레퍼토리로 확인되어 1회기 100%의 정반응률을 확인한 뒤 완료로 처리하였고 기초선 종료 직전까지 ‘사’와 ‘바’, ‘마’ 쓰기 과제가 진행되었다. 차별적 정적 강화 도입 전인 기초선 마지막 회기에서 ‘사’ 쓰기 과제의 정반응률이 100%로 나타났으며 ‘다’와 ‘마’ 쓰기 과제는 각각 62.5%와 55.0%의 정반응률이 나타났다. 중재 도입 후 ‘사’ 쓰기 과제는 80% 이상 정반응률을 기록하여 완료로 처리되었고, ‘다’와 ‘마’ 쓰기 과제는 각각 중재 도입 후 2회기, 4회기 만에 80% 이상의 정반응률을 보였다. 중재가 도입된 직후 진행한 ‘바’ 쓰기 과제는 7회기 만에 완료 처리되었고, 이후 진행한 ‘타’와 ‘파’ 쓰기 과제도 중재 기간 동안 모두 80% 이상의 정반응률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국어 과제의 수행률에 대한 중재의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PND 값은 0%로 측정되었으며, Tau-U값은 -0.06으로 산출되어 중재의 효과 크기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가장 오래 과제를 진행한 두 쓰기 과제인 ‘사’와 ‘바’는 <Figure 8>과 <Figure 9>의 예시와 같이 글자의 모양과 획순 모두 올바르게 작성하는 횟수가 증가하였다.
수학 과제의 기초선 단계에서는 level 1의 정반응률이 크게 상승해 4번째 회기에서 완료로 처리되었다. 이후 진행한 마지막 기초선 회기에서 level 2 과제를 도입하였고, 중재를 도입하기 전 75.9%의 정반응률이 나타났다. 중재가 도입된 직후 정반응률은 100%로 상승하였으며, 다음 회기에서 완료 기준을 충족하였다. 동시에 진행한 level 3 과제는 3번째와 4번째 회기에서 모두 80% 이상을 기록하였으나 level 3 내에 완료되지 않은 레퍼토리들을 추가로 진행하였고, 마지막 회기에서 정반응률이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에 따른 수학 과제의 PND 값은 42.9%, Tau-U 값은 0.37로 중재가 수학 과제 수행률의 변화에 작은 효과를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Ⅳ. 논의 및 제언
본 연구는 소거 없는 차별적 정적 강화를 적용함으로써, ASD 초등학생의 회피 기능 문제행동과 과제 수행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및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연구 문제는 소거 없는 차별적 정적 강화 절차만을 적용하였을 때 회피 기능을 가진 문제행동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기초선에서는 회피 소거 절차를 적용하지 않고 과제 제시 후 반응을 관찰한 결과, 차별적 정적 강화가 개입된 중재 단계에서 문제행동이 급격히 감소하였으며, 국어 및 수학 과제에서의 PND값은 평균 93.75%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소거 없이도 회피 기능 문제행동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음을 의미하며, Veilleux(2019)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특히 유지 단계에서 강화 계획을 FR2 및 FR3으로 점차 확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행동이 재출현하지 않은 점은, 소거 없는 차별강화 절차가 단기적 효과뿐만 아니라 행동의 안정적 유지에도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본 연구의 필요성에서 제기한 바와 같이 소거 절차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회피 기능에 기반한 문제행동에 소거를 적용할 경우 혐오 자극의 지속 제시로 인해 교사나 중재자가 해당 자극에 조건화될 가능성이 있으며(Chazin, Velez, & Ledford, 2022), 소거 폭발, 공격행동(Lerman et al., 1999), 자발적 회복(Kazdin, 1994)과 같은 부정적 반응이 유발될 수 있다. 특히 비전문가가 소거 절차를 적용하는 경우, 예기치 못한 부작용에 대한 대처가 어려울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Lerman et al., 1999). 반면, 본 연구는 소거 없이 차별강화만으로도 회피 행동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음을 나타내었다. 이는 회피 소거가 불가능하거나 적용이 어려운 실제 교육 환경, 예를 들어, 가정이나 일반 학교 상황에서도 활용 가능한 중재 전략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보다 안전하고 접근 가능한 행동중재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연구 문제는 소거 없는 차별적 정적 강화가 과제 수행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국어 쓰기와 수학 덧셈 과제 모두에서 중재 개입 후 정반응률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기초선 단계에서도 반응률 상승이 나타나 차별강화 절차의 단독 효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수학 과제의 경우, 마지막 13회기에서 정반응률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감소하였는데, 이는 과제 난이도(Level 3) 내에서 새로운 레퍼토리 학습이 요구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기초선 단계에서 과제 수행률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동이 과제를 완료한 이후 곧바로 자리를 이탈하는 행동을 보이며 간접적인 부적 강화를 경험하였기 때문으로 고려된다. 이는 기존의 문제행동과는 다른 형태로 과제를 완료한 이후 문제행동을 통해 회피를 시도하는 새로운 행동 양식이었다. 이러한 행동은 중재자에게 익숙해진 연구 환경 속에서 아동이 문제행동을 전략적으로 조정한 결과로 볼 수 있으며, 과제를 완료한 뒤 자리를 이탈함으로써 회피를 허용받은 경험이 행동의 반복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결과는 Marcus and Vollmer(1995)의 연구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이들은 DNR(Demand No Reinforcement) 의사소통 조건과 순응 조건을 비교한 실험에서 과제 수행 후 회피를 허용받는 조건이 과제 수행률 향상에 보다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본 연구의 경우, 아동이 과제 수행 후 자리를 이탈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회피를 경험하는 상황은 기능적으로 DNR 순응 조건과 유사하며, 이러한 행동도 자폐성 장애 아동의 의사소통 방식 중 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Carr & Durand, 1985). 결과적으로, 과제 수행 후 회피 가능성을 경험한 아동은 기존의 과제 자체를 혐오하는 정도가 완화되고, 수행 이후 얻을 수 있는 강화제에 대한 동기가 강화되었으며, 이는 과제 수행률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중재 도입 직후 문제행동이 급격히 감소하고 과제 난이도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반응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점은, 아동이 문제행동을 통해 회피를 시도하기보다는 과제를 완료하고 강화제에 대한 동기가 증가하였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소거 없는 차별적 정적 강화가 ASD 초등학생의 회피 기능 문제행동과 과제 수행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한점을 지니며, 이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는 ASD학생 1명을 대상으로 한 단일대상연구로 수행되었다. 단일대상연구는 개별 사례에 대한 심층 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대상자의 개인적 특성(성격, 발달 이력, 가정 환경, 연령 등)에 따라 반응 양상이 상이할 수 있으므로 연구 결과를 전체 ASD아동 집단에 일반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다양한 특성을 지닌 복수의 아동을 포함시켜, 보다 넓은 범위의 적용 가능성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행동 간 중다 간헐 기초선 설계를 활용하였으나, 단 두 가지 과제 조건(국어 쓰기 및 수학 덧셈)에만 중재를 적용하였다. Cooper et al.(2007)에 따르면, 중다 기초선 설계는 최소 두 가지 이상의 독립 조건을 포함해야 하며, 일반적으로 3~5개의 조건을 사용하는 것이 중재 효과 입증의 타당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보다 다양한 과제나 환경적 조건(예: 과제 유형, 시간대, 장소 등)을 포함하여 설계를 확장함으로써 중재 효과에 대한 내적 타당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는 중재의 효과를 연구 환경에서만 검증하였으며, 가정이나 학교 등 자연 환경에서의 일반화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이는 연구자가 개입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중재 효과나, 부모 및 교사 등 주변인의 중재 수행 가능성을 평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한이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일반화 평가를 포함하여, 실제 환경에서 부모나 교사가 동일한 중재를 적용했을 때에도 유사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넷째, 본 연구의 대상자는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으로, 이미 학교 교육 경험과 지시에 대한 순응 학습력이 축적된 상태였다. Ingvarsson, Hanley, and Welter(2009)의 연구에 따르면, 연령이 높고 순응 학습력이 오래된 아동일수록 정적 강화에 대한 반응성이 클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연구에서는 보다 어린 연령대의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본 중재 전략의 효과가 발달 초기 단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 째, 본 연구는 상대적으로 문제행동의 강도가 낮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였다. 그러나 실제 교육 및 임상 현장에서는 자해, 타해 등의 심각한 문제행동을 동반한 회피 행동이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Veilleux(2019)는 자해 행동을 보이는 아동을 대상으로, Slocum and Vollmer(2015)는 공격 행동(타인 때리기, 발로 차기 등)을 보이는 아동을 대상으로 정적 강화를 적용한 결과, 모두 문제행동의 유의미한 감소를 보고하였다. 이는 고강도 문제행동을 가진 아동에게도 본 연구에서 사용된 절차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후속 연구에서는 아동의 안전 확보와 중재자의 충분한 훈련을 전제로 보다 높은 수준의 문제행동을 가진 아동에게도 본 전략의 적용 가능성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여섯 째, 본 연구의 과제 수행률 변화에 대해서 명확한 기능적 관계를 입증할 수 없었다. 해당 부분의 경우 논의에서 예상이 가능한 부분을 언급하였지만, 실제 아동의 과제 수행률 증가가 부적 강화에 의한 것인지는 명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후속 연구에서도 회피 소거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 과제 수행률이 증가하는지를 파악하여 이에 대한 기능적 관계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소거 없는 차별적 정적 강화가 ASD아동의 회피 기능 문제행동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과제 수행률을 부분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소거 절차의 적용이 제한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실천 가능한 중재 전략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와 기능 수준을 지닌 아동을 대상으로 한 확장 연구, 교사 또는 부모가 직접 중재를 실시하는 자연 환경 내 실험 등을 통해 일반화 가능성과 실용성을 더욱 검증할 필요가 있다.





